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아래 40년간 숨겨졌던 335m 길이의 비밀 통로가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 공간을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명소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서울시는 이달 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숨은 공간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올 1월 발표한 ‘지하철 역사 혁신프로젝트’의 하나다.
지하철 역사 혁신프로젝트’는 현재 여의나루역(러너 스테이션), 신당역(MZ세대 거리문화), 문정역(이색스포츠 체험 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시청역 지하공간은 시민 아이디어와 제안을 참고해 용도를 정하고 사업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지현 비전전략실 수석은 "시청역은 서울의 중심이자 시민의 애환과 삶이 스며있는 도심 거점이어서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아래 지하 2층에 335m 길이의 폭 9.5m의 통로는 1983년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근대 배수로가 지나고 있어 동굴에서나 발견되는 종유석을 볼 수 있고, 4~6분마다 80데시벨의 2호선 지하철 통과 소리와 진동을 느끼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시는 지하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시민탐험대' 프로그램을 오는 8일부터 23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운영하기로 했다. 회차당 최대 10명씩 참여할 수 있고, 하루에 총 4번 진행하기로 했다. 소요 시간은 1시간이다. 탐험 코스는 서울시청 시민청→시티스타몰→숨은 공간→시청역→도시건축전시관 구간이다.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에서 6일부터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숨은 공간'은 아직 빛이 들지 않고 환기도 되지 않는다. 모든 참가자는 개별 안전모, 마스크, 물을 받고, 안전요원 세 명과 함께 안전하게 움직일 예정이다.
시는 지하공간을 시민이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독창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오는 6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지하철 역사 상상공모전>을 진행해 시민 아이디어를 받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숨은 공간을 시민의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입체적으로 구상하고, 이를 통해 서울 도시공간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은 이미지와 영상 등 두 부문으로 나뉜다. 대상작에는 상금 300만 원을 줄 예정이다. 시각적인 완성도보다는 기발함을 평가한다. 광장 등 주변 시설과 지하공간의 수직적 연결,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수평 연결, 독창적인 지하공간 활용 용도 등이 평가 기준이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상상조차 못 했던 서울광장 아래 지하공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걸으면서 도심 속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시청역을 비롯한 도심 속 지하를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으로 조성해 서울의 새로운 매력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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